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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0분
달걀말이를 한쪽 끝으로 민다.
빈자리에는 시금치나물.
마지막으로, 방울토마토 하나.
뚜껑을 닫는다.
잠금 고리 한쪽이 조금 헐겁다.
점심에 열어 보면, 대개 한쪽으로 쏠려 있다.
달걀말이는 쓰러져 있고, 방울토마토는 밥 위까지 굴러가 있다.
전철이 흔들려서인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인지.
먹는 건 나니까, 곤란할 사람은 없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도시락은 아버지가 싸 주셨다.
아침이면 먼저 집을 나서는 분이었으니, 도시락을 싸시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부엌 식탁 위에, 보자기에 싼 도시락만 놓여 있었다.
점심에 열어 보면, 어디 하나 흐트러져 있지 않았다.
달걀말이는 조금 달았고, 칸을 나누는 은색 컵은 매일 같은 자리에 있었다.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빈 도시락통을 개수대에 놓아둔다.
다음 날 아침이면, 또 보자기 꾸러미가 놓여 있다.
그게, 3년 동안 이어졌다.
고맙다고 말한 기억도, 별로 없다.
어떻게 싸셨는지도, 여쭤보지 않은 채, 여기까지 왔다.
밤, 9시 조금 넘어
퇴근 후, 동료 두 사람을 따라 처음으로 당구장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학생 때부터 쳐 왔다고 한다.
나는 큐 잡는 법도 모른다.
카운터에서 두 사람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적고, 공이 든 바구니를 받아 든다.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안쪽 테이블에서는 누군가 공을 삼각형으로 모으고 있었다.
다 모으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먼저 공 좀 모아 줄래?”
건네받은 건, 나무로 된 삼각 틀이었다.
테이블 위에, 공 열다섯 개.
검은 8번은, 한가운데에.
자세한 건 오늘은 신경 쓰지 마, 라는 말을 듣는다.
틀 안에 공을 하나씩 넣는다.
다 넣고, 틀을 들어 올린다.
하나가 또르르 앞으로 떨어져 나갔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뒷줄이 조금 벌어진다.
세 번째에, 겨우 삼각형 모양이 되었다.
“됐어, 그 정도면.”
동료가 자세를 잡고, 친다.
소리가 둔하다.
공 덩어리는 다 풀리지 않은 채, 테이블 한가운데서 멈췄다.
다른 한 사람이 말없이 틀을 받아 든다.
공을 틀째로 앞으로 밀어낸다.
뒤에서, 손끝으로, 공과 공을 바짝 붙여 나간다.
그러고는 틀을, 천천히, 똑바로 들어 올린다.
공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따라 해서, 다시 랙을 짠다.
손끝에, 열다섯 개만큼의 무게가 되돌아온다.
틀을 든다.
움직이지 않는다.
동료가 친다.
마른 소리가 나고, 공이 테이블 사방으로 흩어져 간다.
두 개가 포켓에 떨어졌다.
모아 둔 삼각형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 뒤로, 몇 번인가 나도 쳐 보게 해 주었다.
벽에 늘어선 큐를 하나 빌려, 동료의 손을 보며 그럴듯하게 쥔다.
수구는 노린 곳으로 거의 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웃고, 다시 친다.
테이블 옆에서 두 사람의 게임을 지켜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포켓에서 공을 꺼내 틀 안에 모은다.
8번은, 한가운데에.
뒤에서, 손끝으로 붙인다.
랙은, 그때마다 내가 짰다.
딱 한 번, 내가 짠 삼각형을 내가 직접 쳤다.
공은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흩어졌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손잡이를 잡는다.
손끝에, 공의 단단함이 아직 조금 남아 있다.
다음 날 아침, 7시 10분
달걀말이를 한쪽 끝으로 민다.
나물을 넣고, 방울토마토 하나.
모서리에 남은 자리에, 브로콜리 한 송이.
뚜껑을 닫기 전에, 손끝으로 전체를 가볍게 눌러 준다.
되밀어 오는 것이, 아주 조금 있다.
잠금 고리는 헐거운 그대로다.
전철은 여느 때처럼 흔들렸다.
가방은 늘 그렇듯 발치에 두었다.
회의 하나가 길어져, 점심시간은 조금 늦게 시작된다.
책상 위에서, 보자기를 푼다.
뚜껑을 연다.
점심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젓가락통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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