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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치 사진
여행 사진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사흘 동안, 이백 장 남짓.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넷이서, 바닷가 마을에 갔다.
몇 년 전부터, 언젠가 가자고 말만 하던 여행.
첫날은, 역에 내릴 때부터 비가 내렸다.
이튿날도, 거의 비.
비닐우산 네 개가, 나란히 찍혀 있다.
셔터가 내려진 기념품 가게.
숙소 현관에서, 젖은 신발에 신문지를 채워 넣고 있는 모습.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아무 말 하지 않는 대합실.
이튿날 밤에는, 어디에도 나갈 수 없었다.
숙소 방에서, 매점에서 카드 한 벌을 사다가, 대부호 게임을 했다.
동네마다 다른 규칙 때문에, 조금 옥신각신했다.
마지막에 누군가가, 낼 수 있는 카드가 없는데도, 당당하게 한 장을 냈다.
넷 모두, 숨이 넘어갈 만큼 웃었다.
그날 밤의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사흘째 아침에만, 날이 갰다.
체크아웃 전에, 넷이서 바닷가까지 걸었다.
사진 속 바다는, 하나같이 밝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좋은 여행이었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단톡방에는, 바닷가 사진만 줄지어 올라와 있다.
비 내린 이틀은, 어디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
셀 수 없는 길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들을, 무작위로 두 무리로 나눈 연구가 있다.
한쪽 사람들에게는, 검사가 끝날 무렵 시간을 조금 더했다.
기구를 바로 빼지 않고, 잠시 그대로 둔다.
끝 무렵의 통증은 가벼워지지만, 검사 자체는 길어진다.
그런데도, 시간이 더해진 사람들 쪽이, 검사 전체를, 조금은 덜 힘들었다고 돌아보았다고 한다.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백칠십여 건 모아 다시 살펴본 분석도 있다.
사람이 경험을 돌아볼 때, 가장 강렬했던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기 쉽다.
보낸 시간의 길이는, 그다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비 내린 이틀을 잊은 것은 아니다.
우산 손잡이가 차가웠던 것도, 대합실 시계 소리가 유난히 컸던 것도, 기억한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을 묻는다면, 아마, 카드를 치던 그 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밝은 바닷가.
다만, 여행을 한마디로 말하려 했을 때, 그 사이의 긴 비는, 셈에 들어 있지 않았다.
세지 않았던 걸까, 셀 수 없었던 걸까.
어느 쪽도 아닐지 모른다.
문 닫기 십 분 전
다음 주, 여행을 함께한 친구 한 명과, 퇴근길에 당구를 쳤다.
나인볼을, 두 시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친구도, 비슷했다.
딱 한 번, 친구가 9번을 넣어, 한 게임을 가져갔다.
그 뒤로는, 둘 다, 다음 공이 이어지지 않는다.
문 닫기 십 분 전, 가게 사람이 말을 건네러 온다.
“슬슬, 마지막 게임 부탁드립니다.”
친구가, 큐를 고쳐 쥔다.
“하나만 넣고, 가자.”
친구의 공은, 빗나갔다.
나도, 빗나갔다.
“그럼, 딱 한 번만 더.”
또, 빗나갔다.
수구가, 당구대 한가운데에서 멈춘다.
내 차례도, 빗나갔다.
안쪽 당구대에서는, 가게 사람이, 벌써 덮개를 씌우기 시작했다.
친구가, 다시 한번 큐를 겨눈다.
이번에는, 목적구가 천천히 굴러가, 코너 포켓으로 떨어졌다.
친구가, 소리 내어 웃는다.
큐를 케이스에 넣으며, 친구가 말한다.
“오늘, 즐거웠어.”
두 시간의 대부분은, 빗나가기만 했다.
나의 마지막 한 공도, 빗나간 채로다.
고개를 끄덕였다.
앨범의 이름
집에 돌아와, 사진 앨범을 만든다.
표지는, 바닷가 사진 한 장으로 한다.
비 내린 이틀의 사진도, 전부 넣는다.
우산 네 개. 신문지를 채운 신발. 아무도 말하지 않는 대합실.
이름 칸에, 글자를 친다.
마지막 아침에만, 날이 개어 있었다.
휴대폰을 엎어 두고, 방의 불을 끈다.
참고 문헌
- Redelmeier, D. A., Katz, J. & Kahneman, D. (2003). Memories of colonoscopy: a randomized trial. Pain, 104(1-2), 187-194. doi:10.1016/s0304-3959(03)00003-4
- Alaybek, B., Dalal, R. S., Fyffe, S., Aitken, J. A., Zhou, Y., Qu, X., Roman, A. & Baines, J. I. (2022). All’s well that ends (and peaks) well? A meta-analysis of the peak-end rule and duration neglec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0, 104149. doi:10.1016/j.obhdp.2022.10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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