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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긴 장대 끝에, 작은 불이 붙어 있다.
핫피를 입은 사람이, 그것을 치켜들고, 거리를 걸어온다.
기둥 앞에 멈춰 서서, 장대를 위로 뻗는다.
유리 안으로, 불이 옮겨 간다.
장대를 내리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다음 기둥까지.
메이지 5년, 음력 9월의 끝 무렵.
오에바시에서 바샤미치, 혼초도리에 걸쳐, 십수 기의 가스등이 세워졌다.
가스는, 조금 떨어진 이세야마 아래에서, 석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가스등이 켜진 것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한다.
저녁이 되면, 점등부라 불리던 사람이 찾아와, 하나씩 불을 넣어 갔다고 한다.
아침에는, 그 불을 끄며 돌아다녔던 모양이다.
불빛은, 모아 둘 수 없다.
어젯밤의 불은, 아침이면 이미 꺼져 있다.
그래서 날마다, 해가 기울 무렵, 첫 번째 기둥 앞에서 시작한다.
거리 끝까지 불을 다 넣을 즈음이면,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자신이 걸어온 길만이, 점점이 밝다.
그을음
불빛 아래를 걷는 사람은, 아마, 장대를 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켜져 있다.
불을 켠 사람은, 그 무렵, 두세 개 앞의 기둥 아래에 있다.
불은, 탈 때마다, 유리 안쪽을 조금씩 흐리게 한다.
그을음이, 쌓인다.
닦지 않고 두면, 불빛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어두워져 간다.
일주일에 한 번, 유리를 닦았던 모양이다.
닦은 다음 날 밤에도,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간다.
메이지 말기에는, 거리의 불빛이, 전기로 바뀌어 갔다.
장대를 들고 걷던 사람도, 어느새,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다음 당구대
일이 끝난 뒤, 혼자서 당구대를 빌렸다.
안내받은 당구대에서는, 앞의 두 사람이, 마침 큐를 정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가자, 가게 사람이 다가온다.
천으로, 쿠션 가장자리를 한 바퀴 닦는다.
그러고는, 솔을 손에 든다.
당구대 안쪽에서 앞쪽으로,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쓸어 간다.
흩어져 있던 초크 가루가, 조금씩 모이며, 사라져 간다.
“치세요.”
그 말만 하고, 가게 사람은 카운터로 돌아갔다.
라사의 결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하다.
수구를 굴리면, 곧게, 멀리까지 간다.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이 치던 당구대라는 것은, 이제 알 수 없다.
첫 공을 치는 것을, 아주 조금, 망설인다.
안쪽 당구대
안쪽 당구대에서, 누군가 혼자 치고 있다.
공을 세 개 놓고는 치고, 다시 같은 자리에 놓는다.
전에, 경기 중계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벽에는, 다음 달 대회의 포스터.
압정 하나가 빠져, 귀퉁이가 조금 들려 있다.
그 사람은, 문 닫기 조금 전까지, 같은 배치를 치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은, 자기 당구대의 공을 보고 있다.
들어가도, 빗나가도, 박수는 없다.
다시, 세 개를 놓는다.
돌아가는 길
시간이 되어, 공을 바구니에 모아, 카운터에 돌려준다.
겉옷을 가지러 돌아가니, 조금 전까지 치던 당구대 앞에, 가게 사람이 있었다.
천으로, 쿠션 가장자리를 한 바퀴.
그러고는, 안쪽에서 앞쪽으로, 솔.
내가 흩뜨린 초크 가루가, 모여 간다.
입구 문이 열리고, 다음 손님 두 사람이, 들어왔다.
가게를 나서기 전에, 안쪽 당구대 앞을 지난다.
그 사람은, 아직 세 개의 공을 놓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바샤미치의 가스등은, 이미 켜져 있었다.
언제 켜졌는지는, 알 수 없다.
거리 어디에도, 장대를 든 사람은 없다.
돌길 위를, 역 쪽으로 걷는다.
오래된 석조 건물의 벽에, 불의 빛깔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맞은편 가게의 불빛은, 한낮처럼 하얗다.
첫 번째 불빛 아래를 지난다.
두 번째.
세 번째.
기둥 앞에서, 왠지, 걸음이 느슨해진다.
거리 중간에, 일본 최초의 가스등 기념비가 있었다.
10월 31일은, 가스의 날이라고 한다.
다음 기둥까지, 걷는다.
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점점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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