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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이었다.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을 열고 있었다.
추천으로 흘러온 영상을, 별생각 없이 탭했다.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손가락이, 줄 위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리고 있다.
쉬워 보이게.
즐거워 보이게.
소리가, 이어폰 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세 편을 내리 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방구석에 세워 두었던 기타를 집어 들었다.
코드를 잡았다.
소리가 안 난다.
손끝이 아프다.
줄이, 딱딱하다.
어젯밤 영상 속의 그 사람과, 지금의 나.
그 거리가, 갑자기 보였다.
기타를, 살며시 벽에 되돌려 놓았다.
주말, 친구 집에서 전골을 끓여 먹었다.
친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배추를 썰고 있다.
칼질의 리듬이, 일정해서 기분 좋다.
부엌에, 육수 향이 퍼져 간다.
“요리 영상, 자주 보거든.” 하고 친구가 말했다.
돌아오는 길, 편의점 앞을 지났다.
유리에 내 얼굴이 비친다.
요리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기타도 잘 치는 사람이 있다.
그럼, 나는 뭘 잘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가깝다
스마트폰을 열면, 전 세계의 ‘잘하는 사람’이 줄지어 있다.
기타도, 요리도, 춤도, 그림도.
엄지로 스크롤할 때마다, 누군가의 완성형이 흘러온다.
그 자체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 시작한 나와, 화면 속 그 사람을, 나도 모르게 나란히 놓고 만다.
비교할 생각 따위 없었다.
하지만, 뇌가 멋대로 하고 있다.
‘나는 서툴다’는 감각이,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 사람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본다.
그 영상 속에서 가볍게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코드가 울리지 않던 밤이 있다.
손끝이 아파서, 줄을 누르지 못한 날이 있다.
‘나는 소질이 없나 봐’ 하고 생각한 밤이, 분명 있다.
세계의 톱 프로에게도, 초보자였던 시절은 반드시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느 금요일 밤.
친구에게 이끌려, 당구장에 들어섰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뺨에 닿는다.
조명은, 테이블 위만을 비추고 있다.
어느 테이블에선가, 톡, 하고 공이 포켓에 떨어지는 소리.
안쪽에서, 단골인 듯한 사람이 태연한 얼굴로 공을 넣어 간다.
매끄러운 큐의 움직임.
그 옆 테이블에서, 큐를 건네받았다.
생각보다, 무겁다.
자세를 잡아 본다.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쳤다.
공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굴러간다.
친구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하지만, 조금은, 부끄러웠다.
옆 테이블의 그 사람이,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만큼, 보고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생각하는 만큼 보고 있지 않다.
당구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다.
자기 공과 마주하고 있다.
자기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옆 테이블에서 누가 헛쳐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한때 그랬으니까.
헛치는 것도,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는 것도, 전부 겪어 왔다.
그래서, 초보자를 비웃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제대로 된 당구장에는.
그날 밤, 세 게임쯤 쳤다.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구, 노린 대로 포켓에 떨어진 공이 있다.
톡.
아까, 단골인 사람의 테이블에서 들려오던 것과, 같은 소리.
“오” 하고 친구가 말했다.
그 한 구만으로, 어쩐지 만족스러웠다.
서툴러도 괜찮은 시간
빠졌다.
웃었다.
한 번 더 쳤다.
또 빠졌다.
그 되풀이 속에서, 조금씩 무언가가 달라져 간다.
어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던 공이, 오늘은 포켓 모서리에 맞았다.
그것만으로, 어쩐지 기뻤다.
잘하는 사람의 영상은, 언제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서툰 시간은, 지금뿐이다.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가게를 나오니, 밤바람이 조금 선선하다.
친구와 역까지 걷는다.
“또 갈래?” 친구가 물었다.
“응” 하고 대답했다.
그 한 구의, 톡 하는 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 있다.
돌아가는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열었다.
기타 영상이, 또 흘러온다.
하지만, 아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 사람에게도, 첫 한 구가 있었을 것이다.
서툴러도, 볼품없어도, 부끄러워도.
첫 한 구를 친 사람만이, 다음 한 구를 칠 수 있는 거니까.
아마, 잘하게 되는 사람은, 한 번 더 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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