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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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와 달라고 했어.”

어머니의 전화는 그게 전부였다.
본가 거실에는 오래된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배웠다.
집을 떠난 뒤로는 아무도 치지 않는다.
그래도 어머니는 해마다 한 번, 조율사를 부른다.

일요일 점심이 조금 지나, 본가에 들렀다.
그 사람은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건반 뚜껑을 열고, 그 위의 판을 익숙한 손길로 떼어 낸다.

판 너머

판 안쪽에, 펠트를 씌운 머리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해머.
그 너머에, 은빛 현이 매어져 있다.
낮은 음의 현은 굵고, 구릿빛 선이 감겨 있다.

조율사가 건반 하나를 누른다.
해머가 앞으로 튀어 나가, 현을 때린다.
때린 다음 순간에는, 이미 현에서 떨어져 있다.
건반을 누른 채로 있어도, 해머는 현에 머물지 않는다.
소리만이, 현에 남는다.

같은 건반을, 몇 번이고 두드린다.
현에 이어진 쇠붙이를 작은 공구로 아주 조금 돌리고, 다시 두드린다.
웅, 웅, 하고 흔들리던 소리가, 차츰 가늘어져, 한 줄기 선이 된다.

육 년을, 쳤다.
매일 밤, 메트로놈 옆에서, 같은 대목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발표회 전 주에는, 손끝이 조금 아팠다.
그런데도, 이 판 너머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손가락이 닿던 것은, 언제나 희고 검은 건반뿐.
현에는, 한 번도 손대 본 적이 없다.

그만둔 것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해였다.
마지막으로 친 곡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떠오르지 않는다.
건반 오른쪽 끝 가까이에, 작은 흠집이 하나 있다.
연습하다가, 자를 떨어뜨렸을 때 생긴 것이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있다.
조율사는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하나씩 나아간다.
한 번도, 곡은 치지 않는다.
두 시간쯤 지나 판을 되돌려 놓고, 뚜껑을 닫고, 돌아갔다.

저녁 무렵, 남동생이 들어왔다.
동생도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녔지만, 일 년 만에 그만두었다.
거실의 피아노를 보고, “아직 있었네” 하고 말했다.

흰 공만

저녁을 먹고 나서, 동생에게 이끌려 역 앞으로 나갔다.
회사 사람들과, 올봄부터 치고 있는 모양이다.
어릴 적, 학원에 다니던 길을 걷는다.
학원이 있던 모퉁이는, 무인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상점가 끝자락, 어느 건물의 2층.

당구대 위에, 공들이 흩어져 있다.
동생이 큐 한 자루를, 이쪽으로 건넨다.

“규칙, 모르는데.”
“쳐도 되는 건, 흰 공뿐.”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구대 가장자리에 손을 얹자, 천은 생각보다 까슬까슬하다.
가까이 있는 공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본다.
작은데, 무겁다.
동생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다.
가만히,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빨간 공이, 안쪽 코너 포켓 가까이에 있다.
손을 뻗으면, 손가락으로 밀어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
하지만 큐 끝이 향하는 것은, 바로 앞의 흰 공이다.

자세를 잡고, 친다.
흰 공은 빨간 공 옆을 스치고, 쿠션에 맞고 되돌아온다.
한 번 더.
이번에는, 빨간 공의 가장자리에 맞았다.
빨간 공은 포켓 언저리에서 한 번 튀고, 멈춘다.

동생의 차례가 된다.
동생은, 다른 공을 노린다.
치고 난 뒤, 큐를 쥔 손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흰 공이 굴러가, 노린 공에 닿는다.
노린 공만이, 멀리 굴러간다.
동생은, 그것을 눈으로 좇을 뿐이다.

몇 번째였을까, 흰 공이 빨간 공의 한가운데에 맞았다.
빨간 공만이, 당구대 위를 곧게 굴러간다.
포켓 언저리를 넘어, 더는 닿지 않는 곳으로.

안쪽 구석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소리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큐를 쥔 손에 남아 있는 것은, 흰 공을 쳤을 때의, 작은 손맛뿐.
동생이 포켓에서 빨간 공을 꺼내, 아까 그 자리에 놓는다.
“한 번 더.”


집에 돌아오니,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
피아노 뚜껑은, 닫혀 있다.

동생은 그 앞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가려 한다.
그러다 되돌아와서, 닫힌 뚜껑 위를, 손가락으로 딱 한 번 두드렸다.

나무의, 마른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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