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과 소리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당구의 편안함에 관한 이야기.

静寂と音の間に、何かがある。——ビリヤードの心地よさの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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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보고 있었다.

플레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공간 한구석에서 잔을 기울이며, 누군가의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눈을 뗄 수가 없다.
왠지, 마음이 놓인다.

그 이유를,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정적 속으로, 소리가 울린다

당구의 소리는, 갑자기 찾아온다.

겨냥을 하고, 자세를 잡는다.
정적 속으로, 마른 소리가 울린다.

공이 달려 나간다.
다른 공에 닿는다.
포켓으로 빨려 드는, 낮고 먹먹한 소리.

그리고 다시, 정적.

다음 소리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이제 곧 오겠구나, 하는 예감이 있다.
그 예감이, 매번 아주 조금씩 어긋난다.

자연 속에 있는 ‘편안함’의 정체

빗소리는, 왜 편안할까.
모닥불의 타닥거림은, 왜 졸음을 부를까.

과학의 세계에는, 이런 편안함을 설명하는 개념 가운데 하나로 ‘1/f 흔들림(1/f 요동)’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규칙적이지도, 지나치게 불규칙하지도 않다.
예측할 수 있는 부분과,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절묘하게 섞일 때, 사람의 뇌는 알파파를 내며 이완 상태에 들어갑니다.

시냇물 소리, 나뭇잎 사이로 드는 햇살, 파도 소리——자연에 넘쳐나는 그 리듬을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가, 당구의 공간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겨냥하고 친다’는 일정한 루틴.
하지만 소리와 소리 사이의 초는, 매번 다르다.
겨냥하는 시간, 공이 구르는 거리, 샷의 복잡함에 따라, 간격은 언제나 제각각입니다.

그 ‘이제 곧 온다’와 ‘조금 어긋난다’의 되풀이가, 1/f 흔들림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을 만들어 내어, 듣는 사람의 뇌를 조용히 풀어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소리의 강약도 또한, 흔들리고 있다

브레이크 샷의, 공간을 가르는 듯한 소리.
살며시 공을 굴릴 때의, 숨을 죽이는 듯한 작은 소리.
포켓으로 떨어지는, 낮고 먹먹한 소리.

단조로운 되풀이가 아니라, 게임의 흐름에 따라 강약이 물결처럼 바뀌어 간다.

메트로놈이 아니라, 음악.
규칙이 아니라, 호흡.

그 흔들림이, 공간 전체의 공기를 바꾸어 갑니다.

바 한구석에 당구대가 있는 이유

어른들의 은신처 같은 바나, 호텔 라운지에 당구대가 놓여 있는 것은, 놀이만을 위해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플레이를 똑바로 보고 있지 않아도, 공간 어딘가에서 정적과 소리가 번갈아 떠돌고 있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천천히 풀려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족관의 물의 일렁임이 시각적인 1/f 흔들림이라면, 당구가 정적 속에 울리는 소리도, 어딘가 그와 닮은 편안함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둘 다, 일상의 소란스러움에서 뇌를 조용히 떼어 놓아 준다.

그저, 거기 있기만 하면 된다

치지 않아도 된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무언가가 가지런해져 간다.

정신을 차려 보니, 잔이 비어 있었다.
어느새, 어깨의 힘이 빠져 있었다.

또 어딘가에서, 마른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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