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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레스토랑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어떡할까?” 하고 물었더니, “어디 들어갈까” 하고 말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당구장 문을 열고 있었다.
당구장 문을, 열었다.
한껏 차려입은 옷 그대로, 큐를 쥐었다.
어떻게 겨냥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도, 그냥 자세를 잡아 보았다.
빗나갔다.
둘이서 웃었다.
야경이 보이는 자리.
레스토랑에서는, 맛있는 것을 먹었다.
잔이 빌 때마다, 다시 따랐다.
창밖으로, 밤의 요코하마가 펼쳐져 있었다.
“아까 그거, 분하더라” 하고 말했더니, “한 번 더 갈래?” 하는 말이 돌아왔다.
한 번 더.
어쩐지 또, 당구장에 와 있었다.
아까보다, 진지해져 있었다.
겨냥하고, 빗나가고, 분한 얼굴을 했다.
그 얼굴이, 조금 새로웠다.
들어간 순간, 작게 “됐다” 하고 말했다.
그 웃는 얼굴이, 레스토랑에서보다, 왠지 더 좋았다.
큐를 돌려주고, 카운터에 나란히 앉았다.
잔을 든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이 부딪치는 소리가, 어느 테이블에선가 들려왔다.
포켓으로 빨려 드는, 낮은 소리가 났다.
집도 노래방도 영화관도 아닌 곳에서, 그저 나란히 있었다.
그 옆얼굴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손을 잡고 있었다.
오늘, 한 번도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는 걸,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 노래방도 질렸다. 다음 데이트, 당구로 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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