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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은, 아름답다.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다.
운동량은 보존된다.
마찰계수가 정해지면, 공의 감속률도 정해진다.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성립해 있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힘을 가하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
수식의 세계에는, 모호함이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
하지만, 테이블 위는 다르다
당구 테이블은, 수식의 세계와 많이 닮았다.
직사각형의 평면.
구체와 구체의 충돌.
쿠션에서의 반사.
물리 교과서에 실린 그림과, 거의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는 쓰여 있지 않은 것이 있다.
교과서에 없는 변수
라사는, 살아 있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보풀이 조금 일어난다.
공의 구름이, 어제보다 무겁다.
쿠션의 튕김도, 아주 조금 다르다.
초크가 묻는 정도도.
공의 얼룩도.
교과서 속에서는 지워져 있는 변수가, 여기에는 전부 남아 있다.
가장 큰 변수
환경만이 아니다.
또 하나, 수식으로는 쓸 수 없는 변수가 있다.
사람이다.
아무리 완벽한 궤도를 머릿속에 그려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살아 있는 몸.
긴장으로, 근육이 미세하게 굳는다.
긴 경기에서, 생각이 조금 무뎌진다.
한순간의 망설임이, 큐의 스윙을 바꾼다.
밀리미터 단위의 어긋남이, 테이블 끝에서는 몇 센티미터의 차이가 되어 나타난다.
수식이라면 들어가야 할 한 구가, 사람이 치면 빗나간다.
긴장도, 망설임도, 호흡도, 수식에는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반대도 있다
궁지에 몰린 장면에서, 믿을 수 없는 한 구가 태어날 때가 있다.
수식을 넘어선 궤도가 아니다.
수식이 보여 준 이상에, 사람이 닿아 버리는 순간이다.
평소라면 낼 수 없는 정확도가, 극한에서 나올 때가 있다.
사람이라는 변수는, 빗나가는 이유도 되고, 들어가는 이유도 된다.
그 어느 쪽으로 기울지, 치는 순간까지 알 수 없다.
완벽한 수식과, 잡음투성이의 현실
수식은, 언제나 같은 답을 돌려준다.
몇 번을 풀어도, 100점 만점.
하지만, 당구 테이블에서는, 같은 100점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는다.
같은 배치라도, 어제와 오늘 라사의 상태가 다르다.
같은 선수라도, 어제와 오늘 멘탈이 다르다.
매번, 다른 변수 속에서, 그 순간의 최선을 계속 고른다.
완벽한 수식 위에, 습도와, 얼룩과, 긴장과, 망설임이 겹쳐 간다.
그 전부를 품은 한 구가, 포켓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그것은, 교과서 위의 정답보다, 훨씬 아름답다.
변수가 있기에, 눈을 뗄 수 없다
만약 수식대로 공이 움직인다면, 당구는 지루한 스포츠가 된다.
들어가야 할 공은 반드시 들어가고, 달려야 할 궤도를 반드시 달린다.
거기에, 드라마는 생기지 않는다.
수식대로 되지 않으니까, 재미있다.
환경이 흔들리니까, 적응이 요구된다.
사람이 흔들리니까, 의지가 시험받는다.
라사의 습도를 손끝으로 느끼고, 머릿속 계산을 실시간으로 고쳐 써 간다.
그 순간, 플레이어는, 수식에 현실을 더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수식은 아름답다.
하지만 당구는,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완벽한 이상과, 잡음투성이의 현실.
수식은, 이상을 가르쳐 준다.
사람은, 그 이상에 다가가려 한다.
아름다운 것은, 수식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수식대로 되지 않는 세계에서, 그래도 계속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