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 둔 말은,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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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시계가, 열 시를 조금 넘기고 있다.

과장이, 다음 달 전시회 준비 순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접수 테이블을, 어디에 둘 것인가.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작년에 입구 정면에 두었더니, 줄이 통로까지 삐져나왔다.
조금 옆으로 비켜 두면 된다.

머릿속에서, 문장을 짜 맞춘다.
“작년 일인데요”로 시작해서, 줄 이야기를 하고, 옆으로, 로 끝낸다.
과장의 말이 끊기면, 바로 말한다.

과장의 말에는, 끊기는 데가 없다.
한 이야기가 끝날 듯하면, “그래서” 한마디로, 다음 이야기로 이어져 간다.

짜 맞추는 동안에도, 과장은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뭐, 접수는 늘 하던 대로 하고. 그래서, 다음이 반입인데”

입을 열려다, 그대로 닫는다.

준비해 둔 말은, 쓰지 못했다.
노트 귀퉁이에, “접수·옆”이라고만 남는다.


세계의 열 개 언어로, 일상의 대화를 비교한 사람들이 있다.
큰 언어도, 작은 마을의 말도, 말하는 사람이 바뀔 때의 침묵은, 모두 아주 짧게 유지되고 있었다.
서로 겹쳐 말하는 것도, 피하고 있었다.
언어별 평균값의 차이는, 전체 평균에서 4분의 1초 정도의 범위 안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짧은 틈에, 사람은 어떻게 대답을 하고 있는 걸까.

퀴즈 문제를 들려주면서, 뇌의 움직임을 좇은 예도 있다.
답을 떠올릴 수 있게 되면, 0.5초도 지나지 않아, 말할 채비가 시작되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가 끝나기, 몇 초 전인 경우도 있었다.

듣고 있는 동안에, 사람은 이미, 자기 차례의 채비를 하고 있다.

그 회의 때, 짜 맞추기 시작한 것은, 과장의 이야기 중 어디쯤부터였을까.
마지막 한마디는, 듣고 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금요일, 예전 부서의 선배와, 퇴근길에 공을 쳤다.
한 달에 한 번쯤, 그렇게 하기로 되어 있다.

나인볼.
선배가 치는 동안, 나는 벽 쪽 의자에서 기다린다.
큐를 세워서, 무릎 사이에 끼운다.
테이블에는, 손댈 수 없다.

선배는, 자세를 잡은 뒤 오래 멈추지 않는다.
한 호흡 두고, 친다.
1번이 들어간다.
2번도 들어간다.

그 사이에, 다음 내 차례를 짜 맞추고 있다.
선배가 놓치면, 3번 빨간 공부터.
앞쪽 코너로.
그다음에, 5번.

선배의 세 번째 공은, 노린 코너를 빗나갔다.
3번은 쿠션을 한 번 맞고 돌아와, 테이블 한가운데쯤에서 멈춘다.
수구는, 반대편 끝까지 굴러간다.

의자에서 일어나, 수구 뒤까지 걸어간다.
3번은, 생각했던 것보다 멀다.
그 앞에, 5번이 반쯤 걸려 있다.

의자에서 짜 맞춘 순서는, 어느 것이나, 다른 테이블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돌아보니, 선배가 의자에 앉아, 큐를 무릎 사이에 끼우고 있다.
이번에는, 선배가 테이블에 손댈 수 없는 차례다.

테이블 앞에 선 채로, 한동안, 지금의 배치만을 본다.


월요일, 아침 회의.
과장이, 반입 순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중간에, 또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른다.
문장이, 짜 맞춰지려 한다.

과장의 마지막 한마디는, “……그거, 누구 잘 아는 사람 있었던가”였다.

아주 잠깐, 틈이 생긴다.

준비해 둔 말은, 쓰지 않았다.

“반입구 열쇠, 말씀이시죠”라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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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Stivers, T., Enfield, N. J., Brown, P., Englert, C., Hayashi, M., Heinemann, T., Hoymann, G., Rossano, F., de Ruiter, J. P., Yoon, K.-E. & Levinson, S. C. (2009). Universals and cultural variation in turn-taking in convers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06(26), 10587-10592. doi:10.1073/pnas.0903616106
  • Bögels, S., Magyari, L. & Levinson, S. C. (2015). Neural signatures of response planning occur midway through an incoming question in conversation. Scientific Reports, 5, 12881. doi:10.1038/srep12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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