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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보 원고에, 빈칸이 하나 남아 있다.
“취미”.
지난 호를 펼쳐 본다.
골프, 캠핑, 빵 만들기.
스코어가 90을 깼습니다, 라고 쓴 사람도 있다.
당구, 라고 친다.
조금 생각하다가, 괄호를 덧붙였다.
(잘하지는 못하고, 좋아하기만 합니다)
삼 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일이 끝나고 혼자 친다.
늘었다, 는 실감은 없다.
탕비실에서 원고 이야기를 했더니, 옆 부서 사람이 물었다.
“삼 년 했으면, 좀 늘었어요?”
그 사람은, 봄부터 달리기를 시작해서, 기록을 수첩에 적고 있다고 했다.
머그컵을 두 손으로 든 채,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야기는, 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와 함께 끝났다.
잘하지는 못하고 좋아하기만 한다, 는 아버지의 입버릇이기도 하다.
기원에 다닌 지, 삼십 년 가까이 된다.
몇 단이냐고 물으면, 늘 그렇게 말한다.
이긴 이야기도, 진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일요일 점심이 지나 나가서, 저녁 무렵에 돌아온다.
어릴 적에, 이겼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글쎄, 어땠더라” 하고는, 아버지는 손을 씻으러 갔다.
바둑판 앞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16개국에서, 65세가 넘은 9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취미가 있는 사람일수록, 우울감이 적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물었던 것은, 취미가 있느냐 없느냐.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다.
노는 시간을 낭비라고 여기면, 그 시간을 즐기기 어려워진다.
그런 보고도 있다.
파티처럼, 그 자체를 즐기는 시간에서, 그런 경향이 보였다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무언가를 위한 시간에서는, 같은 경향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탕비실에서 고개를 갸웃했을 때, 삼 년이라는 숫자를, 무엇으로 나누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누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도, 아마, 나누어 본 적이 없다.
목요일 밤, 혼자 친다.
카운터에서, 테이블 번호를 듣는다.
겉옷을, 의자 등받이에 건다.
테이블에 공을 세 개 흩어 놓고, 차례로 겨눈다.
첫 번째는, 들어간다.
두 번째는, 포켓 입구에서 흔들리다가, 되돌아 나온다.
삼 년 전과, 아마, 비슷하게 들어간다.
치고 나면, 공이 멈출 때까지, 할 일이 없다.
큐를 든 채, 서 있다.
공은 쿠션에 맞고, 되돌아와서, 조금씩 느려진다.
멈추기 직전의, 마지막 한 바퀴가, 가장 길다.
고칠 수도, 재촉할 수도 없다.
들어가도, 빗나가도, 그 몇 초는 온다.
옆 테이블 사람은, 훨씬 잘 친다.
칠 때마다, 공이 시원하게 떨어져 들어간다.
그래도, 치고 나면, 큐를 든 채 서 있다.
수구가 멈출 때까지, 그 사람도 보고 있다.
세 번째를 친다.
빗나간다.
공이 멈출 때까지, 보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원고를 다시 연다.
마감은, 오늘 점심이다.
당구.
(잘하지는 못하고, 좋아하기만 합니다)
스코어가 90을 깬 사람의 칸과, 같은 호에 나란히 실린다.
괄호는, 지우지 않고 둔다.
다시 읽는다.
괄호 안에,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
보낸다.
참고 문헌
- Tonietto, G. N., Malkoc, S. A., Reczek, R. W. & Norton, M. I. (2021). Viewing leisure as wasteful undermines enjoyment.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97, 104198. doi:10.1016/j.jesp.2021.104198
- Mak, H. W., Noguchi, T., Bone, J. K., Wels, J., Gao, Q., Kondo, K., Saito, T. & Fancourt, D. (2023). Hobby engagement and mental wellbeing among people aged 65 years and older in 16 countries. Nature Medicine, 29(9), 2233-2240. doi:10.1038/s41591-023-02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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