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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하늘이 무거웠다.
뭉게구름이, 먼 바다 너머에 쌓여 올라 있었다.
눅눅한 바람이, 야마시타 공원의 나무들을 흔들고 있었다.
티셔츠가, 살갗에 달라붙었다.
그래도, 나가기로 했다.
야마시타 공원 벤치에 앉았다.
항구를 바라보았다. 히카와마루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떠 있다.
관광객은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분수 곁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매미가, 어느 나무에선가 울고 있었다.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렸다.
바닷바람이 목덜미에 닿았다.
눅눅하고, 뜨거웠다.
하지만, 그것이 여름이었다.
야마테의 언덕길을 올랐다.
외국인 묘지의 돌담이, 담쟁이로 덮여 있었다.
서양관이 늘어선 골목은, 나무 그늘 덕에 조금 서늘했다.
야마테 111번관.
창 너머로 펼쳐진 초록과, 돌로 쌓은 벽.
이곳만, 시대가 다른 것 같았다.
요코하마에 살면서도, 언제 와도 조금은 이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미나토노미에루오카 공원에서, 걸음을 멈췄다.
뭉게구름이, 아까보다 커져 있었다.
베이브리지 너머로,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한 커플이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 끝을, 나도 모르게 좇고 말았다.
모토마치로 내려온 참에, 비가 왔다.
처음엔 토독토독.
다음 순간에는, 아케이드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소나기였다.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다.
젖은 돌바닥이 반짝였다.
찻집 문이 열리고, 커피 향이 새어 나왔다.
들어가기로 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비를 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비가 그칠 무렵, 노게로 향했다.
젖은 아스팔트에, 해 질 녘이 비치고 있었다.
다시 피어오르는 열기 속에, 어디선가 꼬치구이 연기가 흘러왔다.
미야코바시 상점가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첫 번째 가게에서, 생맥주를 시켰다.
잔이 차가워서, 손바닥이 젖었다.
요코하마의 밤은, 이렇게 시작된다.
간나이 쪽으로 걸을 무렵, 다시 하늘이 수상해졌다.
멀리서 번개가 번쩍인 것 같았다.
골목 끝에, 불빛이 보였다.
미닫이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쌌다.
초록색 라사가 펼쳐져 있었다.
바깥의 습기가 거짓말처럼, 실내는 보송하고 시원했다.
당구장은, 여름만 바깥에 남겨 두고 온 것 같았다.
큐를 건네받았는데, 어떻게 쥐어야 할지 몰랐다.
점원이, 간단히 알려 주었다.
자세를 잡고, 쳐 보았다.
공이 생각한 방향으로 구르지 않았다.
그래도, 소리가 기분 좋았다.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 같았다.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곳은 시원하고 조용했다.
한 구 더, 쳤다.
요코하마의 여름은, 이런 하루로 이루어져 있다.
뭉게구름과 소나기와, 노게의 맥주와.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가운 공기 속에서 큐를 쥔다.
다음 주에도, 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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