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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커튼 틈으로, 하얀 빛이 가늘게 비쳐 들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한동안 그대로 천장을 보고 있었다.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주전자에 물을 붓고, 불에 올린다.
끓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창밖에서, 새가 울고 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이가 조금 빠진, 늘 쓰는 머그잔을 찬장에서 꺼냈다.
뜨거운 물을 붓는다.
김이, 아침 햇살 속에서 하얗게 피어오른다.
한 모금 마신다.
오늘은, 무얼 할까.
빨래를 널었다.
베란다에 나가니, 바람이 미지근했다.
티셔츠를 펴서, 집게로 집는다.
옆집 베란다에, 누군가의 수건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천천히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후, 잠깐 나갔다.
강변길을 걷는다.
수면에, 오후의 빛이 일렁인다.
강변에는, 벽에 그림이 그려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옛날과 지금이 뒤섞인 듯한, 신기한 거리였다.
자판기에서 차가운 차를 사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유흥가를 빠져나간다.
낮에는 조용했다.
간판 색이, 햇볕 아래서는 조금 바래 보인다.
술가게 앞에, 상자가 쌓여 있다.
고양이가, 그늘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차 없는 거리가 나왔다.
하늘이 조금 넓어졌다.
상가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문을 연다.
차가운 공기.
카운터에서 가볍게 인사하고, 늘 치는 테이블로 향한다.
큐 케이스를 연다.
나의 큐.
그립에, 손자국이 남아 있다.
조인트를 조이는 감촉이, 늘 그대로다.
초크를 바른다.
파란 가루가, 조용히 팁에 얹혀 간다.
공을 늘어놓았다.
자세를 잡고, 쳤다.
톡.
공이 포켓에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가게 안에 울렸다.
다음 공을 노린다.
테이블 주위를 걷는다.
라사의 파랑이, 머리 위 조명에 비치고 있다.
잠깐 생각하고, 자세를 잡고, 친다.
빗나갔다.
한 개 더.
이번엔 들어갔다.
수구가, 천천히 굴러, 라사 한가운데쯤에서 멈췄다.
에어컨 소리.
먼 테이블에서, 누군가의 공이 포켓에 떨어지는 소리.
조용했다.
한동안 치다가, 큐를 케이스에 넣었다.
카운터에서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인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바뀌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강한 햇살이 사라지고, 서쪽이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빌딩 틈으로, 파랑과 분홍이 뒤섞인 하늘이 보였다.
고작 몇 분밖에 이어지지 않는, 그 시간.
멈춰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꺼내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
아까 지나온 거리를,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간판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강변으로 돌아오니, 오후의 빛 대신 가로등이 수면을 흔들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다.
빨래를 걷었다.
티셔츠에서, 햇볕 냄새가 났다.
부엌에 서서, 간단한 것을 만들었다.
먹었다.
치웠다.
소파에 앉아, 잠시 멍하니 있었다.
오늘, 무얼 했더라.
물을 끓이고.
빨래를 널고.
강변을 걷고.
당구를 치고.
노을을 보고.
밥을 지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테이블 구석에, 큐 케이스가 기대어 세워져 있다.
내일도, 아마 비슷한 하루가 될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 좋은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