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길들 때까지, 오래 써 온 것이 있다.

手に馴染むまで、使い込んだものがあ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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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구두를 산 날의 일은, 지금도 기억한다.

상자를 열었을 때의, 가죽 냄새.

처음엔 조금 딱딱했다.

하지만, 신을 때마다 발 모양에 길들어 갔다.

반년쯤 지나자, 구두 쪽이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만년필을 손에 들었을 때도 그랬다.

첫 글자는, 조금 흐릿하게 나왔다.

잉크가 나오는 데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매일 쓰는 사이에, 펜촉이 내 필압을 기억해 간다.

그 감각은, 새 펜으로는 맛볼 수 없다.

오래 써 온 펜만이 아는, 나와의 거리.


내 것, 이라는 감각

도구를 고르는 시간은, 즐겁다.

어느 브랜드로 할까.
어떤 색으로 할까.
어떤 소재로 할까.

찾아보고, 망설이고, 비교하고, 정한다.

그 시간도, 취미의 일부다.

하지만, 정말로 특별해지는 것은, 그다음이었다.

오래 쓰고, 손질하며, 조금씩 나만의 것이 되어 간다.

새것의 반짝임과는 다른, 오래 쓴 것만이 지닌 빛.

그것은, 누군가에게 빌린 것에서는 생겨나지 않는다.

내 손으로 고르고, 내 손으로 계속 써 온 것만이 내는 빛이었다.


손질하는 시간

가죽 구두에 크림을 바른다.

만년필의 잉크를 갈아 넣는다.

카메라 렌즈를 닦는다.

양복에 솔질을 한다.

화장 붓을 빨아서, 말린다.

어느 것이나, 고작 몇 분의 일.

하지만, 그 몇 분이, 이상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손에 든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 시간이, 하루 중에서, 가장 고요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주말의 즐거움이, 평일을 바꾼다

“주말에 그걸 써야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것만으로, 평일의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금요일 밤이, 조금 더 기다려진다.

월요일 아침이, 조금 가벼워진다.

거창한 취미가 아니어도 된다.

좋아하는 컵에 커피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좋다.

‘나를 위한 시간’이 하나 있는 것만으로, 생활에 리듬이 생긴다.

온과 오프의 경계가, 조금 더 또렷해진다.


역할을 벗는 시간

매일, 여러 역할을 살아간다.

직장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SNS에서의 나.

모두 나이지만, 모두 조금씩은 ‘요구받는 나’다.

도구를 손에 들면, 그 역할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구두를 닦고 있을 때, 나는 누구의 부하도, 누구의 상사도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나는 누구의 부모도, 누구의 자식도 아니다.

그저, 나만의 시간 속에 있다.

그 시간이, 마음 어딘가를 회복시키고 있다.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신기하게도, 같은 도구를 사랑하는 사람과는, 금세 말이 통한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상관없다.

“그거, 좋네요.”

그 한마디로 거리가 좁혀진다.

만년필 이야기로 신이 나는 사람.
구두 손질법을 서로 가르쳐 주는 사람.
카메라 렌즈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사람.

공통의 언어가 있다.

그것만으로, 일상에 뜻밖의 인연이 생겨나기도 한다.


큐도, 그런 도구였다

당구에도, ‘나의 도구’가 있다.

큐.

나무로 된, 한 자루의 막대.

처음에는, 가게의 큐를 빌려 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조금 계속하다 보면, ‘내 큐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온다.

그립에 손이 길들어 간다.
샤프트의 감촉을 익혀 간다.

케이스에서 꺼내는 순간, ‘오늘도 이걸로 쳐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도구라기보다, 단짝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오래 쓸수록,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도구였다.


취미는, 도구에서부터 깊어지기도 한다

이런 시대이기에, 내 손으로 고른 것을, 내 손으로 오래 쓰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빠르지 않아도 된다.
효율적이지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만을 위한 시간.

당구는, 그런 취미가 될 수 있다.

큐 한 자루를 손에 드는 데서 시작해, 어느새, 그 한 자루가 주말을 기다려지게 해 준다.

취미는, 사람에게서 시작되기도 하고, 장소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당구는, 도구 하나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손에 길들 때까지 오래 쓴 것은, 더 이상 그냥 도구가 아니다.

어느새, 그 한 자루가, 나의 자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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