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작년 가을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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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10월.
옷장 깊숙한 곳에서, 옷 보관함을 끌어낸다.

뚜껑을 열자, 방충제 냄새가 피어오른다.
개어 둔 그대로의 카디건.
소매가 늘어난 니트.
한 번밖에 입지 않은, 겨자색 재킷.

반년 만에 만나는 옷은, 조금은 남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재킷을 걸쳐 보았다.
오른쪽 주머니 바닥에서, 손끝이 무언가에 닿는다.


계절 옷을 바꾸는 밤

여름옷을, 빈 보관함에 채워 넣는다.
빨아서 바랜 티셔츠.
사 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린넨 셔츠.
가격표가 붙은 그대로인 한 벌은, 못 본 것으로 한다.

계절 옷을 바꾸는 일은, 헤이안 시대의 궁중에서는 ‘경의(更衣)’라고 불렸다고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은 입는 것을 바꾸어 왔다.
지금처럼 6월과 10월이 된 것은, 메이지 시대에 역법이 바뀐 뒤부터라고 한다.

천 년 사이에, 궁중의 행사는,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의 작은 행사가 되었다.

보관함 안에는, 반년 전의 내가 갠 자국이 남아 있다.
모서리를 반듯하게 맞춘 것.
둘둘 말아 밀어 넣었을 뿐인 것.

어느 쪽이든, 같은 사람이 한 일이다.

명함만 한, 카드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작은 카드였다.
짙은 초록 바탕에, 하얀 글씨.
뒷면에는, 손으로 그린 지도.
오른쪽으로 조금 기운 선은, 아마 선배의 글씨다.
가장자리 쪽에, 파란 가루 같은 것이, 희미하게 묻어 있다.

떠올리기까지, 조금 걸렸다.

작년 가을, 회사 선배에게 받은 것이다.
회식에서 돌아오는 길.
“혼자서도, 훌쩍 들어갈 수 있는 가게야”

가지 않았다.
모르는 가게의 문을, 혼자 연다.
그것뿐인 일이, 그 무렵엔 꽤 멀었다.

선배는, 봄에 다른 부서로 옮겼다.
지금은, 층도 다르다.

카드를, 책상 위에 놓는다.
여섯 시 전인데, 창밖은 벌써 어둡다.

계단 아래에서

그 주 금요일, 퇴근길에 간나이에서 내렸다.
겨자색 재킷을 입고.

지도대로 모퉁이를 두 번 돌자, 좁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 아래에서, 한 번 멈춰 선다.
스마트폰을 보는 척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도, 조금 한다.

위에서, 메마른 소리가 내려온다.
단단한 것과 단단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
조금 틈을 두고, 또 하나.

계단을 오른다.

“혼자 오셨어요?”

카운터의 사람은, 고개를 들고 그렇게 말했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이자, 전표와, 공이 든 케이스가 나온다.
“안쪽 테이블 쓰세요. 큐는 벽에 있는 걸 쓰시면 돼요”
그뿐이었다.

전표에는, 지금 시각만 적혀 있다.

가게 안에는, 네댓 명.
안쪽 테이블에서, 혼자 공을 늘어놓고는 치는 사람이 있다.
그 옆 테이블에도, 혼자.
일행이 있는 손님 쪽이, 더 적다.

테이블 가장자리에, 작은 네모난 초크가 하나 놓여 있다.
카드 끝에 묻어 있던 것과, 같은 파랑.

벽에서, 가운데쯤의 한 자루를 뽑는다.
공을 삼각형 틀에 늘어놓으려다, 손이 멈춘다.
몇 개를, 흩어 놓듯 굴려 둔다.

친다.
하얀 공이, 엉뚱한 쪽으로 달려간다.
한 번 더.
이번엔 맞는다.
맞은 공이, 쿠션에 튕겨 되돌아온다.

안쪽 사람은, 아까부터 같은 각도의 공을, 몇 번이고 계속 치고 있다.
얼굴은, 한 번도 이쪽을 향하지 않는다.

다섯 번째인지, 여섯 번째인지.
노린 하나가, 코너 포켓으로 가라앉았다.

작은 소리가 나고, 그것으로 끝.
나만이,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주머니로, 돌아간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치고, 전표를 돌려준다.
“또 오세요”

계단을 내려가니, 밤바람이 생각보다 차갑다.
재킷 앞섶을 여민다.
역까지 가는 길에, 긴소매 차림이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
10월의 첫 금요일에는, 딱 알맞은 두께였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서, 선배의 이름을 찾는다.
손가락이 멈춘다.
뭐라고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화면을 끈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그 카드가 있다.
그대로,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주머니에, 올해의 가을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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